1. 아르떼뮤지엄 – 빛과 예술 속에서 시작하는 하루
강릉 여행의 첫날 아침,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아르떼뮤지엄 강릉을 찾았다. 이곳은 강릉시 난설헌로 131에 위치한 대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외관부터 모던한 감성이 아름답고, 입구에서부터 은은한 조명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많지 않아, 둘만의 시간을 오롯이 누릴 수 있었다. 전시장 안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WATERFALL’이라는 이름의 멋지고 거대한 미디어아트 공간. 벽 전체에서 쏟아지는 디지털 폭포와 바닥에 반사되는 빛의 물결이 어우러져, 실제 폭포 옆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천천히 걸으며, 서로의 얼굴에 비치는 푸른빛을 바라봤다. “여기 정말 예쁘다, 우리 사진 한 장 찍자!”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 평소 사진 찍는 걸 쑥스러워하던 그도, 이곳에서는 연신 포즈를 취했다. 다음 전시는 ‘FLOWER’ 테마였다. 사방에 만개한 꽃들이 프로젝션으로 피어오르고, 은은한 꽃향기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흐른다. 우리는 잠시 벤치에 앉아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이런 곳에서 데이트하니까, 진짜 영화 속 주인공 된 기분이야.” 서로의 눈빛이 닿는 순간,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마음이 전해졌다. 전시를 다 둘러본 뒤, 뮤지엄 내 카페에서 따뜻한 라테를 마시며 감상을 나눴다. “아까 그 바다 테마존, 진짜 동해바다에 온 것 같지 않았어?” “응, 우리 오늘 진짜 좋은 하루 될 것 같아.” 예술과 빛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시작한 데이트는, 우리 둘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2.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 바다와 시간, 그리고 우리
아르떼뮤지엄에서 감성을 충전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강릉역에서 차로 30분 남짓, 동해의 푸른 바다가 점점 가까워졌다. 정동진역에 내리자마자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역 바로 앞에 펼쳐진 모래시계공원은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공원 중앙에는 높이 8.06m, 무게 4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래시계가 우뚝 서 있다. 매년 1월 1일, 이 모래시계가 한 번에 뒤집히며 새해를 알린다고 한다. 우리는 모래시계 앞에 나란히 앉아 천천히 떨어지는 모래알을 바라봤다. “이렇게 우리 시간도 천천히, 오래오래 흘렀으면 좋겠다.” 그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SNS에 올리면 친구들의 부러움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공원 한쪽에는 시간박물관이 있다. 시간의 흐름과 시계의 역사, 그리고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전시가 가득하다. 우리는 서로의 어릴 적 시계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나중에 우리도 시간박물관처럼 오래된 추억을 많이 쌓자.”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정동진의 또 다른 매력은 레일바이크다. 우리는 바다를 옆에 두고 레일바이크를 탔다. 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달리는 동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해가 질 무렵, 모래시계공원에 조명이 켜지자 분위기는 더욱 로맨틱해졌다. 벤치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강릉 오길 정말 잘했다.” 이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의 마음이 더 가까워진 듯했다.
3. 하슬라 아트월드 – 자연과 예술, 그리고 여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강동면 율곡로 1441에 위치한 하슬라 아트월드를 찾았다. 이곳은 강릉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동해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멋진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드넓은 잔디밭과 곳곳에 놓인 조각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슬라 아트월드는 실내 미술관과 야외 조각공원, 그리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까지 갖추고 있다. 실내 미술관에서는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소재의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무슨 의미일까?”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니, 평소 몰랐던 서로의 취향도 알게 됐다. 야외로 나가면, 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진 다양한 조각상들이 마치 자연과 대화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는 조각상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잔디밭에 앉아 쉬기도 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그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봤다.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좋겠다.” 그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시간이 되어, 미리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창밖으로는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테이블 위에는 강릉 특산물로 만든 신선한 음식이 차려졌다. “여기 음식 진짜 맛있다! 다음에 부모님 모시고 와도 좋겠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하슬라 아트월드에서의 시간은 정말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았다. 작품을 감상하다 쉬고, 산책하다가 바다를 바라보고, 다시 대화를 나누는 이 여유로운 리듬이 우리를 더욱 가깝게 해 주었다.
에필로그 – 강릉에서,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다
강릉에서의 이틀, 우리는 예술과 자연, 그리고 시간을 함께 경험했다. 아르떼뮤지엄에서의 감성적인 시작,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서의 시간 여행, 하슬라 아트월드에서의 여유로운 산책까지. 각각의 장소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을 확인했다. 강릉의 바람과 파도, 예술과 시간, 그리고 우리만의 추억이 어우러진 이 데이트 코스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언젠가 다시 강릉을 찾는다면, 오늘의 추억을 떠올리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이렇게 강릉에서 보낸 이틀은,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서로를 더 사랑하게 해 준,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